*경고* 스포를 원치 않으시면 나가주세요~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보면 1966년 르망24시 경주에서 세 대의 GT40이 나란히 결승점을 통과한다. 눈 크게 뜨고 봐도 1cm의 오차도 없어 보일 정도로... 그런데, 동시에 들어 올 경우 공동 우승이 아니라, 경기 시작시 좀더 뒤에서 출발한 차가 이긴다는 숨은(?) 규칙 때문에 주인공인 켄 마일즈 대신 멕라렌이 우승하게 된다.

 

 저렇게 정확하게 운전하면서 들어왔다고? 이해는 잘 안되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다른 글들 때문에 헷갈리기 시작했다. 영화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결승점 바로 앞에서 멕라렌이 약속을 깨고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순위가 바뀌었다'라는 주장이었다. 맥라렌이 나쁜 짓(?)을 했지만, 영화에서 사실대로 묘사하면 너무 욕을 먹을까봐 적당히 각색해서 찍었다는 추론이 가능한 주장이다. 나는 그가 정말로 그러했는지 궁금해서 당시 기록 영상을 찾아봤다.

 

12분 즈음에 결승 통과하는 장면 나옴.

 

영상을 찾아보니 정말로 그렇게 보였다. 영상에서 하늘색 1번이 켄 마일즈의 차량이고, 검정색 2번이 멕라렌이 운전한 차량이었는데 결승점을 통과할 때 확실히 검정색의 2번 맥라렌 차량이 먼저 들어온다. 영화와는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그 주장이 사실인 것일까?

 

 그래서 좀더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실제 경기를 설명하는 글들을 읽어 보니 영화와 별로 다르지 않다. 켄 마일즈가 속도를 일부러 늦춘 것도 사실이고, 경기 결과도 1차적으론 무승부(dead heat)였지만, 무승부일 경우 가장 먼 거리를 주행한 차가 우승한다는 룰 때문에 승부가 뒤집어진 것도 사실이라는 글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왜 저런 오해가 생긴 것일까?

 

 그것은 르망24시 경주만의 독특한 룰 때문이었다.

 

 당시 르망 24시에서 순위를 가르는 기준은 다른 레이싱 경기와 달리 시간이 아닌 거리였다. 이론적으론 24시간을 지난 시점 딱 그 시점의 주행 거리이다. 하지만, 24시간이 경과했을 때 모든 차의 위치를 정확히 기록할 수는 있는 방법이 당시엔 없었기에, 24시간이 지난 후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를 기준으로 총 몇 바퀴를 돌았는지를 비교했다. 굉장히 부정확해 보이지만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1등과 2등 차이가 최소 2~4바퀴 이상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대 이상의 차가 같은 바퀴 수를 돌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걸 무승부로 간주하고 시작 위치까지 따지는 숨은 룰을 적용해야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걸로 보인다. 1966년 포드 GT40 세 대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 까지는... 

 

참고로, 1966년 당시 순위는 이렇다. (1, 2위가 같은 바퀴 수를 돌았다.)

1위 : 360 바퀴 - Ford GT40 Mk.II - Bruce McLaren, Chris Amon

2위 : 360 바퀴 - Ford GT40 Mk.II - Ken Miles, Hulme

3위 : 348 바퀴 - Ford GT40 Mk.II - Ronnie Bucknum, Dick Hutcherson

 

 이전에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의 레이서들도 그런 숨은 룰이 있다는 걸 모르고 경주를 했던 거 같다. 포드 팀에서는 마지막 랩에 들어서야 그런 룰이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지만 레이서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동시에 들어오자는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거라서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던 거 같다. 결국 그 아이디어는 켄 마일즈가 3관왕을 못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르망24의 이 애매한 규정은 1971년에 롤링 스타트가 도입 되면서 고쳐졌는데, 바퀴 수가 동일할 경우 총 주행시간이 짧은 차, 즉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인 '결승선에 먼저 들어오는 차가 우승'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결국, 영화에서 차량 3대가 동시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여 준 이유는 지금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당시의 룰을 제한된 시간 안에 관람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금의 룰과 비슷하게 연출하여 관객들의 혼란을 줄이려 한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사족1. 영화를 보면 켄 마일즈가 페라리를 추월하는 장면이 두번 나온다. 첫번째 추월에서는 상대 페라리 드라이버가 그냥 기분 나빠하는 정도이지만, 두번째에는 크게 당황하는데 한바퀴 이상 벌어지면 순위가 확실히 바뀌기 때문이다.

 

사족2. 당시 우승한 맥라렌은 우리가 아는 유명한 슈퍼카의 그 맥라렌이 맞다. 안타깝게도 켄 마일즈처럼 맥라렌도 1970년에 신형 자동차를 서킷에서 테스트하다 사고로 사망했다. 

 

참고 링크 : https://en.wikipedia.org/wiki/1966_24_Hours_of_Le_Mans

 

1966 24 Hours of Le Mans - Wikipedia

This article is about the race. For the 2019 film released internationally as Le Mans '66, see Ford v Ferrari. The 1966 24 Hours of Le Mans was the 34th Grand Prix of Endurance, and took place on 18 and 19 June 1966.[1][2] It was also the seventh round of

en.wikipedia.org

참고 링크 : https://www.thewrap.com/ford-v-ferrari-fact-check-did-le-mans-66-really-end-that-way/

 

'Ford v Ferrari': Did All 3 Cars Cross the Finish Line at the Same Time at Le Mans '66?

James Mangold's film starring Matt Damon and Christian Bale opens this weekend

www.thewrap.com

참고 링크 : https://en.wikipedia.org/wiki/24_Hours_of_Le_Mans#Classification

 

24 Hours of Le Mans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Sports car race held in France The 24 Hours of Le Mans (French: 24 Heures du Mans) is the world's oldest active sports car race in endurance racing, held annually since 1923 near the t

en.wikipedia.org

 

+ Recent posts